많은 이들의 삶이 바뀌었다. 9시가 지난 길거리에는 사람이 없다. 집 앞은 금요일 밤이면 북적거렸는데, 이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가지도 않고, 함께 술 한잔 걸치며 인생을 논하지도 않는다. 밥먹듯이 가던 카페도 이제는 집에서 간단히 커피로 만족해야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나기도 어렵다. 여행의 그 설렘을 느낄 수도 없다. 쓸데없이 걷다가 눈에 띄는 잡화점에 가는 것도, 혼자서 자주가던 코인노래방을 가는 것도하지 못한다.
늦은밤, 갑자기 예전에 자주갔던 카페의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너무 먹고싶었다. 예전에는 24시간 운영했던 곳이라 열렸겠지 생각했다. 마스크를 챙기고 집을 나섰다. 규모가 꽤나 크던 곳이라 당연히 영업을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문은 닫혀있었다. 길거리는 너무나 조용했다. 익숙해진 줄 알았던 고요함이 굉장히 크게 느껴졌다.
1년이 넘은 지금에야 알았다. 내가 어떠한 것을 누려왔는지. 내가 얼마나 이웃에게 빚을 지고 있었는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모든 것들이 떠났다. 그 흔하던 만남도, 대화도.
점점 이 생활이 익숙해지기도 한다. 전화와 메신저로만 연락을 주고 받으며 안부를 묻는다. 정말 보고싶은 사람들이지만, 먼저 말꺼내기도 미안해진다. 흔하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가. 추위에 덜덜 떨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도, 더위에 땀이 쩔어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도 이제는 할 필요가 없다.
가장 애정하는 프로그램인 유퀴즈를 봤다. 그 중에서도 녹음이 져있는 화창한 2019년의 여름. 그 때는 정말 지나가던 사람들을 붙잡고 인터뷰를 하기도했다. 연예인이 주인공이 아니라 일반인이 주인공되는 프로,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가장 좋아한다. 이 사람들이 나의 이웃이자, 내가 빚지고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모두가 있기에 나의 일상이 있었다.
이름도 모르는 그들 없이 나의 일상은 없었다.
괜시리 보는 사람도 기분좋아지던 영상 속의 날씨. 마스크없이 길가를 걷던 사람들과 함께 들리는 매미소리는 많은 생각을 하게했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제 봄이다. 눈이 녹았다.
이번에는 마스크없이 매미소리를 듣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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